나.. 얼마만에 돌아온거지?

블로그에 마음의 짐들을 덜어놓고 살았던 그 때가 나름..  좋았던 것 같다.
가만보자.. 몇 년전이야..
.. 참으로 까마득하구나..
남들 다 하는 싸이월드보다 .. 아는 사람들 왔다갔다 거리는 그 곳보다..
그냥 혼자 마음껏 터 놓고..
좋은 글 옮겨놓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것이 참 좋았고..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 또한..
글로서 나누는 그곳의 따뜻한 마음들이 참 좋았다.

엠파스가 없어지는게 씁쓸하다.. 
고향이 없어지는 기분이랄까...
나에게 지난 오랜시간동안 엠파스 블로그는..
한때는 매일 드나들던 곳..
또 한때는 아예 내버려두었던 곳..  
그래도 문득 생각날 때 들르면.. 기대하던 누군가가 맞아주기도 했던 곳.. ..
찾아가면 늘 그자리에 있는 고향같은 존재였는데.. ..
그래.. ..
변하지 않는 건 없잖아..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 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낯선 것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내 성격에.. 이곳이..
쉽게 정이 들 것 같지는 않다.
한 번 오고 두 번 오고 그렇게 여러 번 와야.. 이 곳이 내 집이다.. 하고 익숙해 질텐데..
깡.. 그렇게 할 수 있겠니.. ..

by 깡이 | 2009/02/09 01:34 | ♡―― 생각하기 ――♡ | 트랙백 | 덧글(1)

내 나이 서른, 뭘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4.17 10:36     -  [한겨레]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나이 서른이나 됐는데,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에게 착한 딸, 동생들에게 멋진 언니가 되도록 웬만한 학벌과 직업 가지고 때 되면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들어앉아 남편이 벌어오는 돈에 기대 살림하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적성과 꿈을 찾아 나이나 주변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돈이나 내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야 하나. 대학과 대학원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벤처기업에서 일한 지 1년8개월. 고등학교 때는 공대가 나랑 잘 맞는 줄 알았고, 또 한창 잘나가는 분야이기도 해 성공하고 돈 벌고 싶어 이쪽으로 왔다. 그렇게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깨닫고도 이왕 시작한 거 본전은 뽑잔 심산으로 취업해 2년 버티고 그 담에 생각하자 했는데 슬슬 그 시기가 다가오니 일도 싫고 회사에 매일 나오는 것도 답답하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박혀 있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때려치우자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성격상 무작정 때려치우면 방콕폐인이 될 게 뻔하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A 0. 그거 아나. 당신 같은 사람 우리나라에 참, 많다

. 나이 서른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도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단 사람들, 부지기수다.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젠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거다. 당신 진로를 대신 택해 줄 재준 없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라면, 지금부터 뭘 고민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다. 오늘은 그 이야길 해보자.

1.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다.

우리 리포터가 풍물취재로 한 어부를 인터뷰했다. 잡은 생선 중 크고 좋은 놈들 따로 놓는 걸 보고 리포터는 당연하다는 듯 이쪽 상등품은 팔 거냐고 묻자, 어부는 무슨 소리냔 표정으로 먹을 거란다. 왜 값을 더 쳐줄 물건을 팔지 않냐 하자 나머지 판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단다. 좋은 놈들은 와이프랑 먹을 거란다. 행복관이 판이한 게다. 이런 어부, 우리나라엔 없다. 왜. 우린 그렇게 배우질 않는다. 스웨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소유욕과 존재욕구를 가지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 욕구는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그런데 그 존재 욕구를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라고. 공교육이 처음 가르치는 게 그런 거다. 사회 시스템 역시 그 가치관에 기초해 구축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단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초식동물처럼 산다. 초식동물의 군집은 가장 뒤처지는 놈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 나머지의 안전이 잠정 담보되는 시스템이다. 거기 공적 신뢰 따윈 없다. 결국 끝줄에 서지 않으려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는 왜소하고 불안한 낱개들만 남을 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시도할 겨를도 없고 엄두도 안 날밖에. 우리네 평균적 삶이 그렇다. 여기까진 위로다. 갈피를 못 잡는 건 당신만이 아니란 거다.

2. 그러니 이 땅에서 어떻게 살 건지는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인간인지부터 아는 거다.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뭘 견딜 수 있고 뭘 견딜 수 없는지. 세상의 규범에 어디까지 장단 맞춰줄 의사가 있고 어디서부턴 콧방귀도 안 뀔 건지. 그렇게 자신의 등고선과 임계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윤곽과 경계가 파악된 자신 중, 추하고 못나고 인정하기 싫은 부분까지, 나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혀 멋지지 않은 나도 방어기제의 필터링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 그런 지점을 지나게 되면 이제 한 마리 동물로서 자신이 생겨먹은 대로의 경향성, 그런 경향성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거기서부턴 더이상 자신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다.

더이상 자기합리화나 삶에 대한 하찮은 변명 따위에 에너지 소모하는 일, 없어진단 이야기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에너지는 생겨먹은 대로의 나를 세상 속에서 구현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이상 눈치 보거나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 다음부턴 쉽다. 꿈이니 야망이니 거창한 단어에 주눅 들거나 현혹되거나 지배당하지 말고, 그저 자신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 가보고 싶은 곳들, 만나보고 싶은 자들 따위 리스트를 만들라. 그리고 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라. 사람이 왜 사느냐. 그 리스트를 지워가며 삶의 코너 코너에서 닥쳐오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만끽하려 산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건투를 빈다.

덧붙임-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못 이룬 나라가 아니라.

김어준 딴지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by 비나이다 | 2008/04/17 14:23 | ♡― 살며 사랑하며 ―♡ | 트랙백

오늘은 죽을만큼 보고 싶어도



울지말아라
그리운 사람은 언젠가는 또 만난다
지구가 수천번을 돌고
수천번을 뒤척여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또 만나는 법이다
잊을려고 안간힘을 쓰지도 마라
애쓰면 쓸수록
더욱 죽을 것만 같은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그리움이다
떠난다고
아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수천번 세상이 바뀌어도
수많은 밤이 수천번을 뒤척이며 울어도
가슴 속의 사랑은 살아 있다
그 사랑이 살아있는 한,
세상은 사랑의 편에 서 있다

오늘은
죽을만큼 보고 싶어 눈물이 나도
지금은 웃으며 그를 보내야할 때,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또 만난다..


글  - 이근대 -

by 비나이다 | 2008/03/27 00:46 | ♡― 살며 사랑하며 ―♡ | 트랙백

사랑을 믿다/권여선 (제32회 이상문학상 대상)



사랑을 믿다
                     - 권 여 선 -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

지난 2월 늦은 저녁이었다. 혼자 이 술집에 들른 것은 내 입장에서도 다소 의외였다.
나는 소주나 막걸리를 즐기지 않았고 이 집은 맥주나 와인 같은 것은 팔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술을 시켰다.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 전에 김치와 나물들이 나왔다. 제대로 들어왔다는, 아니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느낌이었다. 밑반찬만으로 술을 반 병 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후로 이 집은 내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꼴로 들르는 단골 술집이 되었다.
빈대떡에 막걸리, 찌개에 소주, 몇 가지 나물들과 김치를 늘어놓고 혼자 술을 마시면서 하는 생각이란, 맞아 그때 그런 얘길 했었지라든가 왜 그랬을까 그녀는, 하는 식의 소소한 과거사이다.
이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든가 당장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곳은 내게 오로지 기억, 기억, 그렇게 속삭이는 장소가 되었다.
천천히 술을 마시다 보면 홀연,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듯, 기억 속의 내가 뭣도 모르고 살아온 모양이 환등처럼 떠오른다.
현실의 시간은 밤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기억의 한낮을 산다. 요즘 내가 그 땡볕 아래서 기다리는 인물은, 숨겨둔 단골 술집처럼 나는 남몰래 마음에 두고 좋아하지만, 그쪽은 이제 나를 한낱 친구로만 여기고 잊었을 한 여자이다.
기억이란 오지 않는 상대를 기다리는 방식이며 포즈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이곳에서 배운다.

사랑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온 인류가 그런 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손쉽게 극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른 채 늙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드물게는,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죽을 때까지 그런 경험만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도 삼 년 전에 그런 일을 겪었다는 정도이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비밀도 아니다. 난 사랑을 믿은 적이 있고 믿은 만큼 당한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사랑을 믿은 적이 있다는 고백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사랑과 믿음, 상당히 어려운 조합이다. 그나마 소망은 뺀다 쳐도, 사랑과 믿음 중 하나만도 제대로 감당하기 힘든 터에 감히 둘을 술목관계로 엮어 사랑을 믿은 적이 있다니. 믿음을 사랑한 적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뭐가 뭔지 모르게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나처럼 겁과 의심이 많고 감정에 인색한 인간이 뭘 믿은 적이 있다고? 티컵 강아지가 드래곤을 대적하겠다고 날뛰는 것만큼 안쓰럽고 우스꽝스러운 경우가 아닌가.
인생을 살다 보면 까마득하여 도저히 다가설 수 없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 의외로 손쉽게 실현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순간에 들렸던 것뿐이다. 더 기막힌 건 앞으로 살다보면 그런 일이 또 찾아오지 말란 법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산이나 상비약을 챙기듯 미리 대비할 수도 없다.
사랑을 믿는다는 해괴한 경험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퇴치하거나 예방할 수 없는, 문이 벌컥 열리듯 밖에서 열리는 종류의 체험이니까. 두 손 놓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니까. 하지만 가장 기막힌 경우는 따로 있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그런 고통을 안겨주고 유유히 빠져나온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에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죄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몰랐기 때문에, 몰랐다는 사실까지 나의 죄에 곱절 가중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의 사랑을 몰랐다는, 발등을 짓찧을 죄까지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그녀는 못 생긴 편도, 매력이 없는 편도 아니었다.
내 어법이 이렇게 졸렬하고 인색하다. 누군가가 아름답다든가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일이 나로서는 쉽지가 않다.
대상이 아름답다거나 매력적이라고 긍정하는 순간, 불현듯 그 규정의 한 모서리가 대상과 어긋나는 듯한 불편함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리하여 대상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대신,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라든지 매력적이지 않은 건 아니라든지 하는 조잡한 이중부정을 각주처럼 달아놓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서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콧날 끝에서 윗입술에 이르는 인중선이 깎은 듯 단정해 과녁처럼 시선의 포인트가 잡혔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의 윗입술의 움직임에, 다시 말해 그녀의 말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막연히 예쁜 얼굴보다 여러 모로 유리한 얼굴이라 할 수도 있었다.
키는 중간 정도에 날씬한 편이었다. 몸매처럼 성격도 기름기가 없이 박하처럼 싸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녀는 머리가 나쁘지도 않았고 몸이 게으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재빠르다는 느낌을 줄 만큼은 아니었는데, 마치 암컷 영양처럼 우아하게 민첩하고 영리할 따름이었다.
그녀에 대해 여기까지 생각한 후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취기 때문에 내가 그녀에 대해 너무 너그러워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녀도 나만큼이나 서툴고 겁이 많은 인간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넘쳐흐르는 감정의 절실함보다 한 오라기의 자존심을 선택하는 인색한 성격이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난 이래로 내 머릿속의 그녀는 어디에 놓든, 무엇을 담든, 항상 아담하면서도 고독해 보이는 도자기의 윤곽선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그때 그녀에게서 들은 묘한 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삼 년 전 내가 한 여자로부터 실연을 당했을 즈음의 얘기이며, 그녀를 한동안 못 보고 지내다 삼 년 만에 만났을 때의 얘기이다.
삼층짜리 건물에 얽힌 얘기기도 하니,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얘기다.
그녀는 나를 만나자마자 예약해둔 술집까지 십오 분가량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괜찮지?”
나는 물론 괜찮다고 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는 얼굴빛이 어두웠고 볼이 약간 부어 동남아 여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모자 달린 점퍼에 운동화 차림이었는데 그 차림에 맞게 걸음도 빨랐다.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춰 섰을 때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지난주에 큰고모님께서 돌아가셨어.”
내 가 오, 그래? 하는데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나는 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왜 피식 웃는지 의아했다. 신호가 바뀌자 그녀는 횡단보도 쪽으로 발을 내디디면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정확하진 않지만 희한하다든가 뭐라고 한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희한한 것은 없었다. 굳이 희한하다면 그녀 쪽이 약간 그랬다. 큰고모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왜 피식 웃느냐 말이다. 예전부터 그녀는 내게 가끔 이런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편이긴 했다.

그녀가 안내한 술집은 몹시 좁고 기차처럼 길었다. 그런 후미지고 허름한 술집을 예약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단지 네 개의 테이블이 일렬종대로 놓여 있을 뿐이었고 오른쪽 벽을 따라 겨우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통로가 있었다.
입구 맞은편 기차 머리 쪽이 주방이었다. 우리가 앉은 세 번째 자리의 왼쪽 벽에는 작은 유리창이 뚫려 있었는데, 말이 유리창이지 미닫이도 여닫이도 아닌, 벽에 박힌 직사각형의 유리에 불과했다.
바깥은 조그만 주차장이었다. 유리 너머로 캄캄한 주차장에 웅크린 몇 대의 차들과 희미한 주차관리소 불빛이 보였다.
“제육과 해물을 반반 주세요.”
그녀의 말에 어려 보이는 여종업원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반반? 무엇이, 반반을요?”
여종업원은 한국어가 서툰 것 같았다.
“이것과 이것을 반반씩 달라고요.”
그녀가 벽에 붙은 메뉴판의 항목을 하나씩 가리켰다. 여종업원은 메뉴판 위쪽 얼룩진 천장 모서리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무슨 거창한 암산이라도 하는 듯 머릿속이 복잡한 표정이었다. 마침내 주방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뛰어나왔다.
그녀는 제육볶음과 해물볶음을 반반씩, 가격은 이만오천 원에 하기로 주인 여자와 삼초 만에 결정을 보았다.
“내 마음대로 시켰는데, 괜찮지?”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냉동 재료를 벌건 양념에 대충 볶아내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안주 같은 건 안중에도 없던 터라 달리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어 투덜거렸다.
“여긴 다 좋은데 종업원이 자주 갈려. 올 때마다 늘 반반씩 시키는데도 말이 안 통하는 종업원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축적의 보람이 없어.”
“그래도 주문하는 네 노하우는 상당히 축적된 것처럼 보이던데?”
“글쎄. 설왕설래하는 시간이 좀 단축된 듯도 하고.”
“여기 자주 오나 보지?”
“비싸니까 자주는 못 와. 가끔 오지.”
그녀는 조금 변한 듯했고 나는 그녀가 조금 낯설어졌다.
그 집의 모든 안주는 일괄 이만 원이었다. 술집 외양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이만원이었다.
그녀는 이만 원짜리 안주 두 가지를 반반씩, 오천 원만 추가하는 선에서 시켰고 이제껏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와 이십대 후반을 함께 보냈다.
자주 만날 때는 일주일에 두어 번, 드물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는 사이였다. 딱히 약속을 정해서 만난 기억은 없었다. 같은 일을 하다보니 오다가다 부딪치고 얽히게 되었고 취향이나 스타일이 비슷해 각별한 친밀감을 느꼈다. 우리의 만남이 끊어진 건 그녀가 업무를 바꾸면서부터였다. 마침 그때 나도 막 연애에 돌입한 시점이라 그녀에게 따로 연락을 하게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경제관념이 생긴 것, 자기 입맛 위주로 음식을 시키는 것, 이런 것이 그녀가 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차림새로 보아 그녀가 예전보다 수수해졌다는 건 분명했다.
예전엔 목걸이나 반지는 몰라도 귀고리 하나는 독특한 걸로 달고 다니길 즐겼는데 그날은 아무 금붙이도 달거나 걸고 있지 않았다. 나는 경제관념이 가난에서 온다는 편견을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기 입맛 위주로 음식을 시키는 것, 이 대목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별안간 미식가가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어든 탓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입맛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입에 맞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지낸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이럴 경우, 이것은 그녀에게 생긴 놀라운 경제관념과 더불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녀가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대단히 가난해졌다는 뜻 아니겠는가. 우리가 못 보고 지낸 삼 년 동안에.
“한 이 년쯤 됐나?”
내가 삼 년이라고 정정해주려는데 그녀가 유리 너머 주차장 쪽을 응시하며, 처음 이 집에 온 게,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저 오 그래? 하고 말았다. 그녀가 잠시 뒤 덧붙였다.
“실연당한 친구 덕에 이 집을 알게 됐지.”
실연이라는 말에 나는 기습을 당한 듯 움찔했다.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가 나를 떠났다는 단순한 사실이 새삼스레 상기되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독초처럼 쓰디쓴 고통의 싹이 돋아나는 느낌이었다.
“실연당한 친구?”
“응.”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 친구는 남자에게 심한 배신을 당하고 그녀에게서 조언과 위로를 듣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내가 적잖은 관심을 보이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통로를 지나 주방 앞으로 간 그녀는 여종업원에게 냉장고 안쪽을 가리키며 손짓을 해보였다. 술을 시키는 것 같았다. 술이 필요한 얘기이긴 했다. 특히 내게는 더 그랬다.
나는 종종 실연의 유대감에 대해 생각한다.
세상에는 내가 떠나든 그들이 떠나든 둘 중 한 쪽은 어느 별인가로 떠났으면 좋겠다 싶은, 참으로 호감이 가지 않는 인간형들이 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우연히 그들 중 누군가가 얼마 전에 지독한 실연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나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조차 싫었던 그 인간을 내 집에 데려와 술을 대접하고 같은 천장 아래 재울 수도 있다. 심지어 술 냄새를 풍기는 그 인간의 입술에 부디 슬픈 꿈일랑 꾸지 말라고 굿나잇 키스까지 해줄 용의가 있다.
허기의 유대나 가난의 유대 같은 것이 있고, 시험강박의 유대, 채식주의의 유대, 실종 자녀를 둔 부모들의 유대 등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별난 인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실연의 유대만큼 대책 없이 축축하고 뒤끝 없이 아리따운 유대를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때 그 기차간 같은 술집에서 나는 그녀가 술을 시키는 걸 바라보면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녀의 친구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의 친구와 나 사이에 생겨날 실연의 유대에 대한 예감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물론 그녀의 매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리로 돌아온 그녀가 물었다.
“차도 안 가지고 왔으니까 조금 마시는 것도 괜찮지?”
나는 역시 괜찮다고 대답했다.
“맥주하고 소주 시켰는데 어때?”
오, 그래? 나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맥주를 마시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이런 기차간 같은 분위기에서 실연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면 소주 몇 잔 정도는 곁들이게도 될 테니까.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자. 괜찮지?”
맥 주에 소주를 섞는다니 기겁을 할 일이었지만 나는 이미 엉겁결에 괜찮다고 말해버린 후였다.
그녀는 뭔가를 미리 결정한 후 한발 늦게 내 의사를 타진해왔다. 이것도 그녀가 변한 부분 중 하나일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만난 후 줄곧 오, 그래? 아니면 괜찮아, 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그 친구한테는 뭔가 도움이 되는 얘길 해줬어?”
“그 친구? 아아.”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내가 도움이 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
“왜?”
그녀의 친구는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인 와중에서도 하루 전에 미리 이 술집을 예약해 놓았다고 했다.
“그건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
“희망? 무슨 희망?”
“사는 데 애착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거잖아. 나는 그 희망을 은근히 훼방 놓는 시늉만 하면 됐고.”
희망을 훼방 놓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간단히 설명했다.
“그래야 거기 희망이 있다는 걸 알지. 뭔가 잔뜩 어질러 놓아야 거기 공간이 있다는 걸 알듯이.”
설명을 듣고 나면 더 모를 듯한 느낌이 드는 것, 이 또한 그녀의 희한한 면 중 하나였다. 훼방을 놓아야 거기 희망이 있다는 걸 안다니. 뭔가를 잔뜩 어질러 놓아야 거기 공간이 있다는 걸 안다니. 무슨 설명이 이런가.

여 종업원이 쟁반을 날라 왔다. 쟁반에 놓인 것들을 흘깃 훑어보던 내 시선이 술병에 고정되었다.
그제야 나는 비싸서 이 집에 자주 못 온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것은 안주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술에 대한 얘기였다.
국그릇과 반찬 접시들 옆에 맥주 두 병과, 목이 긴 도자기병에 든 안동소주 한 병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맥주에 안동소주를 섞자는 거였다. 이 또한 희한했다.
이 집 반찬들은 확실히 납품받지 않은 것들이라고, 직접 아주머니가 장을 봐서 매일 만드는 것들이라고, 그녀를 이곳에 처음 데려온 친구는 힘주어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묻지도 않고 그녀의 잔에 맥주를 따르고 안동소주를 섞었다.
고통은 무례를 용서하게 만드는 법이다. 친구는 술부터 들이켰고 그녀는 국부터 떠먹었다.
들이닥쳐 냉수 한 잔 먹고 바로 본론에 돌입하는 빚쟁이처럼 친구는 술잔을 내려놓고 다그치듯 물었다.
“넌 그때 어땠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계속 숨을 쉬고 살 수가 있는 거야?”
내 어리둥절한 표정에 그녀가 술을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내가 일 년 먼저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거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누가 보았다면 그때 나의 표정은 안주 반반을 이해하기 위해 여종업원이 지었던 바로 그 복잡다단한 표정과 흡사했을 것이다.
그녀의 친구가 이 년 전에 실연을 당했고 그보다 일 년 먼저 그녀가 실연을 당했다면 그녀는 삼년 전에 실연을 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년 전이라면 우리는 스물아홉이었고,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은 만나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녀의 상대가 내가 아는 녀석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문득 얼토당토않은 의혹이 솟구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고작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오 그래?”
일 년 전 그녀는 어떻게 숨을 쉬었던가. 그녀에게도 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던가.
물론 있었을 것이다. 결코 희망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아 그녀가 그것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말이야.”
그녀의 말에 친구가 처연히 고개를 들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여전히 뭔가 남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대관절 뭐가 남아 있다는 거야?”
“글쎄.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별로 보잘것없는 것들이긴 하지.”
“그러니 무슨 상관이야?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남아 있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친구가 한 손으로 과장되게 허공을 그었다.
“아니! 보잘것없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만 남아 있지!”
친구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그녀가 구원의 메시지를 주리라는 기대와 어떤 것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체념이 안주 반반처럼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것들이 상황을 바꿔 놓거든. 거의 뒤집어놓는다고도 할 수 있지.”
친구가 갑자기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거야?”
친구는 그녀의 말을 오해하고 있었다.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를 어떻게든 애인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 비법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선 곤란했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할 필요를 느꼈다.
“이를테면 친척집에 심부름을 간다든가, 업무 파트너의 경조사를 챙긴다든가 하는 것들. 그런 일들을 받아들여.”
순식간에 친구의 눈빛에 배신감이 차올랐다.
친척집? 경조사? 친구는 그녀가 자기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상체를 뒤로 물렸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차라리 할 말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있어 주든지.”
친구는 갑자기 국그릇 위로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친구는 원래 눈물이 많았는데 연애를 하면서 눈물이 더 늘었고, 애인과 결별한 후론 눈물이 거의 주량만큼 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안동소주가 섞인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건 아닌데 너무 초라하고 하찮아서 어디 한번 보자 하고 덤벼들 마음이 생기지 않는 그런 것들 있잖아. 그런 보잘것없는 것들이 네 주위에 널려 있거든. 대상이든, 일이든, 남아 있는 그것들에 집중해. 집중이 안 되면 마지못해서라도 감정이 그쪽으로 흐르도록 아주 미세한 각도를 만들어주라고. 네 마음의 메인보드를 살짝만 기울여주라고.”
그러나 친구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그녀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녀도 일 년 전, 몸이건 마음이건 어느 쪽으로도 기울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겉으로는 살 맞은 짐승처럼 꿈틀댔지만, 그 안쪽에서는 표면장력으로 팽팽한 절망의 비커를 붙들고 쓰디쓴 고통의 한 방울도 쏟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내면은 어떤 위로나 이해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가히 미친 균형이라 부를 만한 부동의 자세로 육체의 성마른 날뜀을 꼿꼿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시절을 견디자면 어쩔 수 없이 표독해지기 마련인데 그 표독함은 이를테면 맥주에 희석된 안동소주처럼 너무도 특별하고 아름다운 표독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때 그녀는 자기 앞에서 울고 있는 친구 또한 어렴풋이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이 이 고통을 누구보다 즐기고 있다는 것을. 오래도록 기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고통이 사라진 뒤를 더욱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을.
나는 그녀가 따라놓은 술을 마셨다.
싱거운 맥주 맛 속에 뾰족한 심처럼 독한 안동소주 향이 박혀 있었다. 그녀의 친구는 이미 원경으로 물러났다.
이제 실연의 유대는 그녀와 나, 둘 사이에 맺어졌다. 나는 떫은 혀끝으로 더듬더듬 물었다.
“너는 그때 어떻게 극복, 아니, 수습? 너는 어떻게 했지?”
그녀는 국그릇 옆에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 경우는 운이 좋았지.”


그 녀의 어머니는 탁월한 훼방꾼 역할을 했다. 그녀는 결국 큰고모님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며칠 동안 계속해서 조르지 않았다면, 그리고 혹시 그 사람이 금전적인 문제로 자신을 떠났을지 모른다는 망상이 그날 아침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그녀가 무거운 선물 보따리를 들고 큰고모님 댁을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로 실연을 당했단 말야?”
나는 그녀가 실연을 당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실연의 상대가 혹시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얼토당토않은 의혹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 대신 그때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그녀가 금전적인 문제 따위로 배신할 놈을 사귀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가, 하는 오라비 같은 회한이 밀려왔다.
그저 내 생각에, 라며 그녀는 빈 국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여전히 의심쩍어하는 내 표정을 보고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금전적인 문제는 아니었어. 하지만 워낙 몰리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불현듯 내 여자가 나를 떠난 이유가 금전적인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럴 수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워낙 몰리고 있는 셈인가. 어이없게도 그랬다.
그녀가 내 컵을 잡으며 말했다.
“천천히 마셔.”

그녀의 큰고모님 댁은 전철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시 외곽 끝자락에 있었다.
그녀가 방문하기 일 년 전쯤 그곳으로 이사했는데, 그녀는 큰고모님이 이사한 후로 한번도 그 집을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 말로는 전체가 사층 건물로, 삼층에는 큰고모님 부부만이 외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식이 없으니까…….”
그녀의 어머니는 이 대목에서 말을 흐렸다.
처음부터 큰고모님 부부에게 자식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고종사촌 오빠는 어려서도 아니고 젊어서 죽었다.
서른이 되기 직전이었고 제대 후 삼 년 반 넘게 준비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술에 취한 상태로 화장실에 가다가 난간이 없는 계단 옆으로 추락하는 어이없는 사고였다.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고 하루가 지나서야 머리가 피범벅이 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큰고모님 부부의 소유로 된 사층 건물이 하나밖에 없는 조카딸인 그녀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그녀가 그 댁을 자주 방문해 살가운 딸 노릇을 하며 미래의 소유물을 찬찬히 살펴두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열흘 동안 미주관광을 다녀오는 길에 사온 선물을 꼭 큰고모님 댁에 전해달라고 며칠 동안 그녀를 설득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무척 무거웠거든. 설마 미국에서 꿀 같은 걸 사오진 않았을 텐데 꼭 꿀단지였던 것 같아.”
“꿀 비슷하다면 잼 아닐까?”
“잼? 환갑 넘은 노인들에게 잼을 선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노인들이 단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 그럼 잼이라고 해두지 뭐.”
그녀는 무거운 잼 단지가 든 보따리와 대충의 약도만 가지고 큰고모님 댁을 찾아 나섰다. 비록 변두리라고는 해도 사층 건물이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떠났다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그녀는 그 사람이 무엇을 놓쳤는지 꼼꼼히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 당시 그녀는 자기 소유물의 가치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데 몰두해 있었다. 그녀가 동전 한 푼을 챙기는 순간 그 사람은 동전 한 푼을 빼앗기는 식이었다. 그런 텅 빈 탐욕의 몸짓만이 다시는 만날 길 없는 그 사람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
그녀가 그런 산수에 골몰했다는 게 나로서는 적잖이 흥미로웠다. 배울 수 있다면 가장 배우고 싶은 산수였다.
그녀가 직접 가보니 안타깝게도 큰고모님 부부의 상가건물은 사층이 아니라 삼층이었다.
모든 건물이 그렇듯 옥상 위에 평수가 작은 성냥갑 모양의 옥탑방이 얹혀 있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것도 엄연히 한 층으로 계산에 넣은 것이었다. 사거리 근처의 상가 밀집지역에 위치하긴 했지만 큰고모님 부부의 건물은 주변 건물에 비해 면적도 좁고 초라했다. 일층은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이었고, 이층은 조그만 여행사 사무실이었다. 소위 사층이라는 조그만 옥탑방은 철학관 간판을 달고 있었다.
그녀는 무거운 잼 단지가 든 보따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 계단을 올라갔다. 큰고모님 부부가 살고 있다는 삼층의 현관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초인종 옆에 옥상 쪽 철학관을 표시하는 작고 빨간 플라스틱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녀는 초인종을 누를까 하다가 열려 있는 문을 그대로 당겼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주름진 회색 커튼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현관 입구에 커튼을 쳐놓은 집을 처음 보았다. 왼편에는 거울이 달린 신발장이 놓여 있었다.
커튼과 거울이 놓인 좁다란 사각의 공간은 지하상가에 흔히 설치된 증명사진을 찍는 무인촬영소의 내부와 흡사해서, 그녀는 신발장 어딘가에 돈을 밀어 넣고 뭔가를 작동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짐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으려다 멈칫했다. 어디다 신발을 벗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적동색 타일이 깔린 현관에는 이미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큰고모부의 것으로 짐작되는 남자 구두 한 켤레와 슬리퍼, 큰고모의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용 단화, 고무신, 샌들 등이었다. 일단 신발들만 봐서는 큰고모님 부부만 외롭게 사는 집이 아니라 대가족이 북적대는 집 같았다.
그녀는 현관 한 귀퉁이에 신발을 벗어놓고 주름진 회색 커튼을 들추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회색 커튼을 젖히기 직전 그녀의 가슴속에 낯설고 두려운 느낌이 몰려왔다.
커튼을 젖히고 안쪽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 그녀는 실내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기 쪽으로 집중되는 걸 느꼈다.
선물 보따리를 끌어들이느라 커튼 안으로 상체만 들이민 상태에서도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할 수 있었다.
창 쪽에도 두꺼운 회색 커튼이 드리워 있어 한낮인데도 실내는 밝지 않았다. 왼편 소파에 웅크린 세 명의 여자가 노골적인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다리던 안주 반반이 나왔다. 상추를 곁들인다거나 브로콜리를 얹는 따위의 데코레이션이 완벽하게 생략된, 둥근 접시에 검붉은 빛깔의 내용물만 반반씩 담겨 있었다.
“먹어봐. 한번 먹으면 잊기 힘든 맛이야.”
그녀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마루타가 된 기분으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제육과 오징어를 함께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무엇이라고 할까, 혀의 돌기들이 일제히 놀라 일어나며 환호하는 느낌이었다.
재료나 양념도 훌륭했지만 프라이팬에 볶은 것을 다시 연탄불에 직화구이를 했는지 맵고 기름진 맛 끝에 고소한 탄불맛이 느껴졌다. 술은 술대로 안주는 안주대로 한겹 한겹 얇고 정교하게 엇갈리고 스며드는 독특한 맛의 조화였다.
“대단한데!”
나는 그녀를 만난 뒤 처음으로 내 느낌을 솔직히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밟아 껐다. 이 집에서는 그런 고전적인 담뱃불 끄기가 허용되나 보았다. 나는 돌연 유쾌해졌다.
“그래서? 그 여자들은 누구였는데?”
“가만, 가만. 나도 안주 좀 먹고.”
“그래. 그렇지. 어서 먹자. 먹고 얘기하자.”
내가 아니라 혀의 돌기들이 말했다.

그녀는 엉겁결에 세 명의 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제일 안쪽에 앉은 여자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녀는 선물 보따리를 벽에 세워 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릇에 담긴 물처럼 고요하게 산다던 큰고모님 부부 댁에 그렇게 많은 손님들이 방문해 있으리라곤 짐작도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여자들의 연령대가 아주 다양했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까딱인 안쪽 여자는 족히 칠십은 훌쩍 넘긴 노파였고, 눈가에 기미가 촘촘히 박힌 가운데 여자는 삼십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그녀 가까이에 앉은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여자만이 큰고모님과 비슷한 환갑 언저리인 듯했다.
“이쪽으로 와 앉으셔.”
노파가 말했다. 그러나 노파의 손가락은 이쪽이라는 말과 달리 맞은편에 놓인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를 가리켰다. 그곳은 실내에서 가장 밝다고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곳에 앉는 것을 거부하고 싶었다.
“큰고모님은 지금 안 계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세 여자가 일제히 반응을 보였다. 큰고모님이라네, 라고 노파가 말하자, 그러게요, 라고 가운데 여자가 대꾸했고,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그녀 쪽으로 목을 쭉 빼며 물었다.
“큰고모님이라면, 여길 자주 들락거리는 편인가?”
들락거린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뇨. 자주는 못 오고, 한참 만에 왔습니다. 큰고모님은 어디 가셨어요?”
그러자 또 여자들이 활기를 띄었다.
어디 가셨을 리가 있냐느니, 문도 열려 있지 않았냐느니, 먼저 온 손님이 계시다느니, 우리도 기다리는 중이니 처녀도 거기 앉아 기다리라느니, 누가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말들이 그들 무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노파가 재차 손가락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는 바람에 그녀는 엉겁결에 그 자리에 뙤똑 앉았다. 모두들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기색이어서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큰고모님이 여기로 옮겨오신 후론 처음 와 뵙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다시 여자들이 술렁거렸다. 그녀가 무슨 말만 하면 그런 식이었다.
기미 낀 여자가, 여기로 옮겨오신 지 얼마 안 되었나 봐요, 하자 노파가 그러게, 라고 대꾸했고,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다시 목을 쭉 빼며 물었다.
“처녀는 고모님이 여기로 언제 옮겨오셨는지 아나?”
“한 일 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전엔 어디 계셨는데?”
“서울 화곡동 쪽에 사셨습니다.”
“어머, 화곡동에 우리 큰형님이 사시는데 그때 함께 올걸.”
가운데 여자가 안타깝다는 듯 외쳤다.
“그래, 화곡동에 계실 적에도 자주 드나들었나?”
이번에는 노파가 그녀를 구슬리듯 물었다.
“아뇨. 자주는 못 뵙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그녀는 살짝 횟수를 늘려 말했다.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날카롭게 추궁하듯 물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이면 자주 아닌가?”
“자주라고는 할 수 없지.”
노파가 큰고모님을 자주 방문하지 못한 그녀를 힐책하듯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아가씨는 무슨 볼일로 왔어요?”
가운데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거, 초면에 그런 걸 물으면 실례 아닌가?”
노파의 말에 눈꼬리 사나운 환갑 여자가 큭큭 웃었다. 그녀는 좀 성가시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운데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찔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려는 모습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뜨개질감을 손에 들고 뜨개질을 시작한 것이었다. 알록달록한 치마 위에 알록달록한 뜨개실과 바늘을 얹어 두었나본데,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녀로서는 그 번개 같은 뜨개질 동작이 격한 감정을 억누르는 마법의 몸짓처럼 느껴졌다. 가운데 여자는 손을 빠르게 놀려 뜨개질을 하면서 말했다.
“저는요, 할머니. 이름 보고는 딱 남잔 줄 알았거든요.”
노파가 낮게 웅얼거렸다.
“여자라니까, 여자.”
“차라리 여자인 게 낫지요.”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말을 받았다.
그들은 그녀가 오기 전에 나누던 얘기라도 있었던지 이런 소리들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못 들은 척했다. 지금이라도 큰고모님이 나오기 전에 선물 보따리만 놓고 가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세 여자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대 한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저는 이걸 큰고모님께 전해드리고 가기만 하면 되거든요. 여기 놓고 갈 테니 말씀 좀 전해주시겠어요?”
노파가 괘씸하다는 듯 손을 홰홰 내저었다.
“아니 무슨 소리! 여기까지 왔으면 뵙고 가야지.”
“손님들도 많이 계시고 해서…….”
노파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날을 잡고 뵈러 왔으니 여유를 갖고 기다려. 뭐 급한 일이 있다고? 왕고모님이 얼마나 섭섭해 하시겠나? 또 아나? 왕고모님이 좋은 선물을 주실지.”
노파의 말에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또 큭큭 웃었다. 환갑 넘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그녀는 세 여자가 자신이 큰고모님을 방문한 의도에 대해 무슨 낌새를 채고 자기들끼리 눈짓을 해대며 번갈아 그녀를 떠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큰고모님을 무슨 이유로 왕고모님이라고 바꿔 부르는지도 알 수 없었다.
큰고모님 부부가 언제 이사왔는지 모르는 걸 보면 이 집과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상가 임대료나 파출 업무 같은 사업상의 문제로 아쉬운 소리를 하러 온 여자들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들이 공연히 그녀에게까지 불순한 혐의를 두고 저의를 탐색하려는 것 같아 그녀는 가능한 한 말을 아끼기로 했다.
실내를 가득 채운 낡은 가구들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 얼룩덜룩 때가 낀 리놀륨 바닥은 집주인의 오랜 방치를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런 퇴락한 분위기 속에 낯선 여자들과 함께 앉아 있자니 그녀는 약간의 곤욕스러움을 느꼈다. 침묵을 지키는 그녀가 못내 아니꼽다는 듯 마침내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애기엄마는 집에 대관절 무슨 일이 있어?”
노파가 물었다.
“전 정말 죽어도 여기 안 오려고 했어요.”
가운데 여자가 목숨이라도 건 듯 빠른 속도로 뜨개질을 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오게 됐어?”
눈꼬리 여자가 물었다.
“즈이 큰형님 말씀이 사람이 살면서 너무 까칠하게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옳지! 화곡동 사신다는 그니로군.”
“네, 맞아요, 할머니. 즈이 큰형님은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는 선생님이세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들 여러 군데서 알아보고 다닌다네요.”
“그렇다니까, 글쎄!”
눈꼬리 여자가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면서 이러시는 거예요. 세상에 죽어도 못하는 게 어딨고 죽어도 꼭 해야 하는 게 어딨냐고요. 그 말이 그렇게 가슴에 콕 집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아주머니? 살다보면 죽어도 이건 못하겠다 죽어도 이건 해야겠다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죽어도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그런 건 없다 생각하니까 못 올 것도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이야기에 빠져 그녀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 쪽에서 그들에게 부쩍 관심이 생겼다. 그녀는 그들의 얘기 속에서 큰고모님 부부와의 친교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애썼지만 대화 내용이 워낙 요령부득이라 쉽지 않았다.
그들은 정해진 순서라도 있는 듯 돌아가며 얘기를 했다.
우선 노파가 옛이야기책에나 나올 법한 희한한 질병에 관한 얘기를 하자, 뒤를 이어 눈꼬리 여자가 얼마 전에 신문에 보도된 유괴사건 얘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가운데 여자가 남자의 지독한 바람기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얘기가 한 바퀴 돌자 다시 노파가 쥐나 벌레를 이용한 민간요법적인 처방을 줄줄 늘어놓았고, 눈꼬리 사나운 여자는 이를 갈며 우리나라 경찰의 무능함을 개탄했다.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도 가운데 여자가 조용히 뜨개질만 하는 바람에 실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애잔한 목소리로 물었다.
“애기가 몇이야?”
“하나요.”
“하나? 아들이겠군.”
노파가 끼어들었다.
“네. 이제 겨우 초등학교 삼학년이에요.”
“우리 막내 손주보다 한 학년 위군.”
눈꼬리 사나운 여자가 무슨 선서라도 하듯 엄숙하게 말하더니, 살아 있다면, 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신호로 노파는 신들린 듯 만능 고약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고, 눈꼬리 사나운 여자는 낮게 염불인지 주문인지를 외웠고, 삼십대 여자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가끔 콧물을 훔칠 때 빼고는 양손으로 빠르게 뜨개질을 계속했다.
그녀는 머릿속이 텅 비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의미라기보다는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그것은 꿀이나 잼처럼 끈적하게 조이고 당겨오는 불행의 인력 같은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슬픈 리듬을 띤 환상성을 갖고 있어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었다. 갑자기 노파가 쉰 소리로 툴툴거렸을 때에야 그녀는 긴 몽상에서 깨어났다.
“되게 더디네, 거참.”
눈꼬리 올라간 환갑 여자가 대꾸했다.
“먼저 온 손님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에요.”
“누구든 사연이 많겠죠.”
어느 새 울음을 그친 삼십대 여자가 받았다.
“목이 칼칼하네.”
“자판기라도 하나 마련해두지 않고서.”
“그러게 말이에요.”
그녀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 자동판매기를 들여놓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때 커튼 너머에서 현관문이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녀의 고개도 돌아갔다. 킁킁거리면서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튼이 훨쩍 열리더니 그녀의 큰고모부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섰다. 큰고모부의 흐릿한 눈빛에서 그녀는 자기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걸 느꼈다.
큰고모부는 입에 이쑤시개를 문 채 그곳에 앉은 여자들을 내려다보았다. 노파가 고개를 까딱하며 이쪽으로 와 앉으셔, 했다. 큰고모부는 그 말은 무시한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뭐들 보러 오셨나본데.”
큰고모부는 안쪽으로 잠깐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은 아직도 자나?”
큰고모부는 다시 그들을 향하더니 가볍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철학관 오셨으면 한 층 더 올라가세요.”
“네에? 여기가 아니라고요?”
세 여자가 동시에 일어섰다. 가운데 여자의 알록달록한 치마에서 실뭉치가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보면 모르십니까? 여긴 가정집이오.”
노파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벗어놓았던 버선을 꿰며 말했다.
“아이고. 다들 가정집 같은 데다 신단을 꾸미고들 하니까 여기도 그런 줄 알았지.”
큰고모부는 천천히 이를 쑤시면서 말했다.
“그놈의 콩꼬투리만한 철학관 딱지를 떼고 당장 큼지막하게 새로 만들라고 하든지 해야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세 여자들을 따라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들은 초인종 옆에 붙은 빨간 딱지 속에서 자신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거리를 찾으려 했다. 철학관 딱지에는, 기미 낀 여자가 “이름 보고 남자인 줄 알았어요” 했던 남자 이름 석 자가 ‘도사’라는 글자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글자 아래에 위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었는데 그 가느다란 선이 세 여자의 원성을 샀다.
그들은 계단을 올라갔고 그녀는 계단을 내려왔다.
옥탑방 도사는 자신이 왕고모님으로 불린 사실을 모르겠지만, 그녀는 세 여자가 왕고모님 도사에게 어떤 선물을 받으러 가는지 알 수 있었다.
계단을 한칸 한칸 밟을 때마다 그녀는 뭔가에 들씌운 듯 빌고 또 빌었다. 희귀병을 앓는 친지의 완쾌를, 유괴된 손자의 생사를, 바람난 남편의 귀가를, 자식을 앞세운 뒤 늙어가는 부부의 평안과 명랑을 빌었다.
그녀가 타인을 위해 뭔가를 이토록 절박하게 빌어본 적은 없었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그녀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다. 다만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온 것뿐인데, 삼층 큰고모님 댁에 무거운 잼 단지만이 아니라 그녀를 그녀이게 만들었던 본성의 작은 칩마저 함께 두고 온 듯했다.
그 때 뵈었던 큰고모부님이 일 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지난달에 그녀는 큰고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연사라는 사실이었다. 큰고모부님이 자살한 지 일 년 만이었다. 기일은 하루 차이였다.
아들이 죽은 뒤로 늘 기운이 없고 비몽사몽이라 남편 점심 한번 제대로 차려준 적 없던 큰고모는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장을 보러 나섰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늦추위에 꽁꽁 언 채 삼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와 집에 들어서자마자 큰고모는 몸을 녹일 셈으로 뜨거운 물을 마셨다. 그게 화근이었다. 큰고모는 뜨거운 물을 삼킨 순간부터 끙끙 앓다 그날 밤에 돌아가셨다.
생전의 큰고모부가 점심때마다 내려가 식사를 하곤 했던 일층 식당의 주인여자가 임종을 지켰다. 마지막 유언은, 그때 찬물을 먹었어야 했는데, 였다고 했다. 그리고 삼층 건물은 그녀에게 상속되었다.
그녀의 얘기는 여기까지였다.
이 얘기를 듣는 데 서너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안동소주 한 병과 셀 수 없이 많은 맥주병을 비웠고 이십 분 간격으로 번갈아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누가 물어온다면 나는 다만 그녀의 얘기의 개요만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야기에서 개요란 얼마나 허망한가. 우중충한 공예품이 가는 솔질에 의해 희끄무레한 먼지를 벗고 세밀한 장식의 윤곽과 색깔을 드러내듯, 인중선이 분명한 그녀의 윗입술에서 흘러나온 찬찬한 묘사는 내게 정오 무렵 낡은 삼층 건물 가정집 거실에서 일어난 풍경들을 오롯이 드러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이 정도로밖에는 전달할 수가 없다.
나는 그녀가 낯선 여자들과 마주 앉아 있는 동안 그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녀 또한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게 무엇이든 어디 보자 하고 덤벼들면 보잘 것 없는 것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를 바꿔놓았다는 것은 분명했다.
술 집을 나올 때 나는 그녀가 이미 계산을 마쳤다는 걸 알았다.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내가 술값을 내도록 해주는 게 도리였다. 내 표정에서 비난의 기미를 알아챈 그녀가 피식 웃었다. 피식. 그렇다. 순간 나는 모든 걸 깨달았다. 얼토당토않은 의혹은 진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큰고모님께서 돌아가셨다고 말하면서 피식 웃었던 것이다. 나도 피식 웃었지만,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 입가에 인 조용한 경련에 가까웠다. 나는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중얼거렸던 말을 상기했다. 과연, 그녀의 큰고모님 부부와 나의 인연은 희한했다.
내가 한 여자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녀는 실연의 고통을 안고 큰고모님댁 삼층 건물을 방문했고, 내가 그 여자에게 실연을 당하고 삼년 만에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돌아가신 큰고모님 부부로부터 삼층 건물을 상속받았다. 나는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낡은 삼층짜리 상가 건물을 떠올렸다. 회색 커튼을 쳐놓은 괴상한 현관과 어두운 실내,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벽에 붙어 있었을 빨간 플라스틱 딱지까지 생생했다.
그녀는 주차장 쪽에서 나온 늙은 남자에게 살짝 손을 들어보였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일곱 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의 각도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녀가 편안하다면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누구를 만나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자신에게 가슴이 설레길 원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의 고통으로부터 너무 먼 어딘가로 초월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훨씬 더 관대하고 자연스러워졌지만 더 이상 사랑을 믿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은 나를 슬프게 했다. 자신의 소유물을 하나하나 점검하여 나로부터 그것을 하나하나 빼앗는 식의 무력한 산수에 골몰했던 스물아홉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그 때 나는 어쩌면 나도 모르게 놓쳐버린 스물아홉의 그녀로 인해 뒤늦은 실연을 앓게 되리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늦어 격렬하지는 않겠지만, 격렬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서 입술을 피나게 씹어대진 않겠지만, 희미해진 사진 속 윤곽을 더듬듯 손끝이 닳도록 무언가의 테두리를 하염없이 더듬어나갈 만짐의 세월이 시작되리라는 예감이었다. 그 예감은 지난 2월 내가 이 술집을 찾아든 순간 적중했다.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겼다는 건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지만 청춘에 대해서는 만종과 같다.
사랑을 믿던 한 시기가 끝났으며, 뒤를 돌아보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지금 서른다섯이라는 인생의 한낮을 지나고 있다.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서 이글거리지만 이미 저묾과 어둠을 예비하고 있다. 내 생애의 조도는 여기가 최대치다. 이보다 더 밝은 날은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이 연령의 절반을 꼭지점으로 하여 직각으로 꺾이는 형태라면, 그녀의 인생은 오른쪽이 다소 높은 산의 능선처럼 삼분의 일 지점에서 봉우리를 이룬 후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형태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멜로디가 있다. 이십대 후반 무렵 나만큼이나 겁이 많고 감정에 인색했던 그녀가 내게 보내온 노래는 매우 낮은 음역의, 들릴 듯 말 듯한 작고 희미한 멜로디였으리라. 나는 그것을 나와 무관한, 그녀의 희한한 개성으로 간주했다. 스물아홉의 봉우리에서 그녀는 너무 일찍 철들었고 다가올 어둠에 너무 일찍 눈이 익어 버렸다. 낡은 삼층 건물의 어둑한 실내에서 그녀가 낯선 여인들을 통해 본 것은 그녀의 미래가 그리는 능선이었을까. 삼년 전 그녀는 이미 오후를 사는 사람의 나른한 눈빛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지금의 내 대낮같은 기다림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작은 노랫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여자의 새된 노래에 혹한 내 귀의 어두움에서 비롯된 일이다.
사랑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녀의 큰고모님 부부와 나의 질긴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옥상에 옥탑방을 얹은 낡은 삼층짜리 건물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며 가벼운 실수나 후회거리가 생기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 찬물을 먹었어야 했는데.
헤어지기 전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괜찮지?”
“괜찮네.”
물론 기차처럼 긴 술집에 대한 품평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내가 겪고 있는 실연의 고통이 서서히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녀의 괜찮냐는 물음에 괜찮다는 대답을 되풀이하면서, 그녀가 자꾸 나의 안부를 묻고 나는 그것에 괜찮다고 대답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괜찮지? 괜찮아. 그러면서 나는 정말 괜찮아졌다. 이제 모든 것은 소소한 과거사가 되었다.
나는 기차간 모양의 술집 분위기를 내는 이 단골 술집에 혼자 앉아 그녀의 이름, 그녀가 했던 얘기들, 그녀의 피식 웃던 표정, 그녀의 단정한 인중선과 윗입술을 생각한다.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

by 비나이다 | 2008/01/26 09:43 | ♡― 살며 사랑하며 ―♡ | 트랙백

[행복한 재테크] '돈 쓰는 버릇'부터 고쳐라


재테크를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재무관리에 대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돈을 모으는 것과 돈을 아끼는 것 두 가지를 모두 말한다.
쓸데없는데 낭비하는 습관 버려라 … 간절하고 구체적인 목표 세워야
행복379
  재테크를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재무관리에 대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돈을 모으는 것과 돈을 아끼는 것 두 가지를 모두 말한다. 저축이나 적금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는 방법이라면 주식, 펀드, 부동산 등은 공격적으로 돈을 모으는 방법이다.

돈을 아끼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는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백화점에 가는 것이 습관인 사람은 마트 물건은 품질이 나빠 보인다. 또 은행에서 돈을 뽑을 때도 수수료 생각을 하지 않고 타 은행에서 돈을 뽑는다. 이들은 회사에 가면 널려 있는 신문도 지하철에서 사본다. 이는 모두 잘못된 습관으로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는 것이다.

부자들은 “생활 속에서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부자가 되기 힘들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출이 많은 명절과 연말을 제외하고 한 달 동안 자신의 생활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어렵다면 일주일도 좋다. 돈을 어떻게 지출하고 있는가? 보통의 직장인 남자라면 흔히 마시는 커피 값, 술값 등으로 돈을 쓰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시방에서, 당구를 좋아하는 당구장에서 돈을 쓸 것이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간혹 가족과 외식을 하며 돈을 쓰고, 미혼이라면 영화를 보거나 취미생활에 돈을 쓸 것이다. 지금쯤 자신이 한 달 동안 쓰는 돈은 얼마 정도고 어떤 곳에 과도하게 지출하는지 감이 오는가?

김 대리 vs 이 과장

필자의 지인 중에는 알뜰하기로 소문난 김 대리라는 친구가 있다. 받는 월급은 전부 부인에게 넘기고 가끔 나오는 출장비는 쓰지 않고 저축하며 산다. 저녁에 술 먹을 일이 많아 직장동료에게 가끔 ‘쫀쫀한 친구’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성격이 좋은 덕분에 분위기 띄워주고 대화를 많이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낸 것으로 친다.

그래도 열 번을 먹으면 한 번은 낸다는 원칙이 있는 친구여서 마음 좋은 동료들은 이 친구가 자린고비라는 것을 갸끔 잊기도 한다. 김 대리는 몇 년 전 용인에 2억을 주고 32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시 월급이 200만원이 조금 넘는 외벌이 아빠라 ‘참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지나가다 친구가 산 아파트의 시세를 보니 5억이 넘었다.

반면 같은 직장을 다니는 이 과장은 맞벌이를 한다. 부부의 월수입은 500만원이 넘지만 항상 돈에 쪼들린다. 김 대리가 5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동안 이 과장은 4년 전 7천만원짜리 전셋집에서 9천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옮긴 것이 전부다.

이 둘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돈 쓰는 습관에 있다. 김 대리는 써야 하는 돈도 아꼈고, 이 과장은 안 써도 될 돈을 썼다. 김 대리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이 과장은 2천만원을 대출받아 3천만짜리 차를 사고 월 30만원 정도의 기름 값을 들여 출퇴근했다.

이 과장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은 본인에게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이미 몇 년 동안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2천만원 이상 되는 차를 몰고 술을 먹은 후 대리운전기사에게 2만원 정도 주는 것을 일종의 ‘품위유지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5년이 지나도 똑같다. 돈을 모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목표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외식은 줄이고 영화는 집에서 다운 받고 차를 몰더라도 부당한 과태료라 생각되면 따져서라도 받아내는 것이다. 또 재테크 전문가들을 포함한 여유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부자가 되려면 최대한 빨리 집을 사라”는 것이다.

그러면 대출한 금액에 맞게 가계지출을 줄일 수 있고 한번 이사할 때마다 100만원에 가까운 이사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생활하는 마음가짐에서도 많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쉽게 마련하는 집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 소유의 집을 만들려면 목돈 만들기가 기본이다. 목돈을 만들려면 앞서 말했듯이 습관을 바꿔야 한다.

부자되는 습관 만들기

부자되는 습관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필자의 고향 지인 중 한명은 일을 끝낸 후 항상 친구들과 당구나 pc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맥주 몇 잔 마시고 집에 가는 것이 보토의 하루 일과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난 왜 이렇게 돈이 없고 힘들지?”라고 묻는다. 그는 5년 전에 만났을 때도 당구나 게임을 한 후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우선, 부자가 되려면 꿈과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동료 폴 알렌과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면서 ‘전 세계의 PC가 M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 그는 ‘세계 최고 갑부’ 자리에 올랐다.

‘한국의 부자’ 중 76%는 부자가 되기 전부터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적’(39%)이고 ‘집요하게’(20%) 노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설정하고 설계해야 할까. 부자들은 이에 대해 꿈은 간절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꿈을 실현할 시점을 정했다면 목표가 생긴다. 즉 ‘꿈+시간=목표’다. 일반 직장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해외여행을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 박씨는 경비문제로 신혼여행을 국내에서 보낸 것을 항상 부인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5년 후쯤 아이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매달 작지만 월급 이외에 생기는 돈으로 여행경비를 목적으로 모으고 있다.

박씨의 경우 여행이 돈을 모으는 목표지만 사람마다 그 목표는 다르다. 목표를 세우려면 ‘많이’ 움직여야 한다. 워렌버핏은 지금도 만나야 할 사람이 생각나면 곧바로 전화를 걸고 자리에서 일어나 만나러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자들은 10명을 만나야 2명의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자가 되려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부자 될 기회가 자주 보인다는 것이 부자들의 증언이다. ‘돈을 벌어주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발로 움직이라고 단정하는 이유다. ‘목표에 맞게 움직이는 것’을 시작했다면 반은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 외에 부자들이 제안하는 ‘부자되는 습관’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5년 후 당신의 ‘경제적 수준’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학명 기자 mrm@economy21.co.kr

실생활에 적용되는 부자되는 습관

1. 대중교통 수단으로 출퇴근 한다. 건강도 좋아지고 신문 읽을 시간도 생긴다.
2. 복권, 로또, 오락실 등 사행심을 생기는 것은 하지 않는다. 확률적으로도 승산이 없는 게임에 빠지지 마라.
3. 뉴스 보기, 경제 신문 읽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 돈 되는 정보를 놓치지 마라.
4. 가끔 재테크에 관한 책을 읽는다. 독서만큼 건전한 습관도 없다.
5. 보험상품은 기본적인 것을 들도록 한다.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갈 때 요긴할 수 있다.
6. 하루에 1시간 이상 건강을 위해 투자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7. 월급통장은 5%의 다이렉트뱅킹으로 이용한다. 잠시 머무는 돈이라도 반드시 이자를 받는다.
8. 세금, 연금, 보험료, 공과금 등을 기한 내 낸다. 체납 가산금도 아껴라. 어차피 낼 것, 헛돈 쓰지 않도록 해라.
9. 좀 짜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 낫다. 이것저것 남 하는 것 다 해서는 돈을 못 모은다.
10. 충동구매는 절대 하지 않는다. 몇 번 쓰지도 않고 두는 물건이 많다.

by 비나이다 | 2008/01/14 12:12 | ㅈㅐㅌㅔ크 | 트랙백

[생활노하우]돈 야무지게 관리하는 법 30가지

방안에 굴러다니는 100원짜리 동전을 보고도 무심코 지나친 적은 없는지, 카드로 쇼핑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갈등도 없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이유들로 부지불식 간에 돈이 새어나간다.
야무지게 돈을 관리하는 30가지 방법을 한 번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돈에 대하는 자신의 패턴을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테크, 다음 경제적 지침을 습관처럼 생활화하라

1.연체료는 이제 그만
모든 계정을 자동화하는 작업에 착수해라. 매월 불입금이 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할 것. 기타 관리비, 통신비 등도 자동이체를 한다. 예산을 짜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연체료 내는 일도 없어진다.

2. 적립식 펀드의 이점을 활용
매달 일정액을 뮤추얼 펀드에 투자해라. 그러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 더 많은 주식을 구입할 수 있고, 비쌀 때는 적게 구입해서 구매 단가를 낮춰주는 이점이 있다. 요즘 거치식보다 적립식 상품이 각광을 받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3. 구두쇠가 돼라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펀드를 골라낸다. 꾸준한 조사와 탐색이 당신의 투자 비용을 낮춰줄 것이고, 결과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 수탁액이 늘고 있거나 꾸준하게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운용사의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는 수고쯤은 감내해야 한다.

4. 글로벌 투자를 고려하라
해외 투자를 두려워하지 말 것. 국경을 넘어선 분산 투자로 위험은 낮추고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설이 점차 신뢰를 얻고 있다. 적어도 20% 이상은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해외 펀드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조언과 정보를 적극 활용해볼 것.

5. 연간 결산일을 기념하라
매년 8월 1일(혹은 당신이 원하는 어느 날이든)은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날로 정해야 한다. 이미 충분히 수익을 기록한 투자 부분은 축소하고, 실적이 부진한 곳에는 추가 할당하는 등 정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기 점검으로 비싸게 팔고 싸게 구입하는 자산 증식 효과가 나타난다고 연구 결과 드러났다.

6. 접어야 할 때를 알 것
손해 보고 있는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발상을 전환해보면, 시세 차익은 손해와 상충돼 만약 비과세 계좌가 아닌 경우 오히려 수익에 대한 절세 효과가 따른다. 다소 부진한 투자라도 절세 전략으로 만회하는 것이 현명하다.

7. 티끌 모아 태산
1백원 혹은 10원짜리 동전이라도 함부로 굴리지 말 것. 6개월마다 동전 저금통을 가지고 은행에 찾아가 예금 계좌에 예치시켜라(동전으로 한 해 무려 1백만원을 모으기도 한다).


소비
현명한 소비는 오히려 자산을 늘려준다

8. VIP로 대접받는 마일리지 이용
쌓아온 항공 마일리지를 비즈니스 클래스나 일등석으로 바꾸는데 주저하지 말 것. 특히 마일리지로 국내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은 손해 보는 거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횡단하는 장거리 비행 시 상위 등급 전환에 축적해놓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격 대비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9. 의사와 가격 담판
치열 교정, MRI 촬영, 내시경 검사, 혹은 의학 처방이 요구되는 재활 치료 등 정기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치료를 받거나 예정 중이라면, 해당 치료에 대한 적절한 가격 수준에 관해 보험회사에 문의를 한다. 그리고 이 자료를 토대로 의사와 가격 흥정을 하는 것. 아마 대부분의 의사는 보험회사에서 제시한 가격 수준을 맞춰줄 것. 이렇게 먼저 알아보고 요구하는 환자들 두 명 중 한 명은 의료비를 절감하게 된다는 사실.

10. 나누면 커지는 부
현금이 아니라 주식을 자선 단체에 기부해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일 뿐 아니라 기부로 소득 공제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자선 단체에서 이러한 절세 효과를 위해 필요한 서류 작업 정도는 기쁘게 해줄 것이다.

11. 생명을 담보로 한 운전은 위험천만
다음에 차를 구입할 때는 미끄러짐이나 회전을 방지하는 전자 주행 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선택할 것. 정부의 연구 결과 이 장치로 차량 충돌 위험이 67%나 감소했다고. 요즘 출시되는 고급 차종에는 거의 표준 장착이 돼 있다.

12. 어설픈 와인 애호가 행세는 금물.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와인에 3만원 이상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 진정한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만족이 오히려 상품 리스트의 하단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달콤한 과일 향이 일품인 피노 누아 대신 지나치게 비싼 화이트 보르도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


생활습관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자산을 키운다

13. 장기 이자율은 고정금리로 변동 이자율이 적용되는 주택 담보 대출을 30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체해라. 단기 이자율은 이미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장기 이자율은 여전히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저렴하다. 이자율을 확정지음으로써 변동이 심한 금리 상황에 대처하자.

14. 신용 상태를 파악해라
당신의 신용 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요 신용 평가 기관에 당신의 신용 정보 조회를 요청해라. 기본 이용료로 올해 당신의 신용 상태에 관한 서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는데, 대출업자들이나 보험업자들이 당신의 신용도를 평가한 결과다. 이를 알려면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데, 객관적인 당신의 신용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비용으로 아깝지 않을 것이다.

15. 백업 또한 돈 버는 길
외장 하드 드라이브를 구입해서 당신의 컴퓨터에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정기적으로 백업해둔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사진, 재정 보고서, 수천 곡의 음악 파일들을 하루아침에 잃는다면? 이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컴퓨터 AS 센터에서는 백업에도 비용 청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16. 패키지 상품을 찾아라
특히 요즘 생활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 부문을 아끼는 것이 관건이다. 시내, 그리고 장거리 통화로 월 7만원 이상을 쓰고 있거나 매달 전화,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 통신비까지 각기 다른 회사의 서비스 이용료로 15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면, 요즘 각 통신사들이 함께 여러 서비스를 묶어 가격 할인을 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지금 바로 알아볼 것.

17. 현금화되는 것만 이용
항공사 마일리지나 포인트 등 신용카드 적립금은 실제로 당신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캐시백을 보장하는 것으로 골라서 사용한다.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한다면,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의 포인트 사용 제휴 카드를 알아 신청하면 1년간 사용 금액에 따라 크게는 수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8. 자동차 오일에는 아낌없이
자동차 구입 시 권장하는 오일 교환 일정에 맞춰 놓치지 말고 오일을 갈아줄 것. 특히 오일은 가능한 한 최상급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에 당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9. 속도도 돈이다
인터넷 통신을 초고속으로 업그레이드해라. 화면이 바뀌길 기다리는 10여 초는 신문의 기사 하나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인터넷 뱅킹, 여행 예약, 투자 정보 조사 등 인터넷 비즈니스의 양도 대폭 증가한 만큼 속도를 돈 주고 사는 것이 결국 돈 버는 일이 된다는 사실.

20. 작은 씀씀이의 효과
집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기 전에 정원에 꽃이나 나무 한두 그루를 더 심어라. 심플한 조경은 10만~20만원 선에서 가능하지만, 집의 판매가를 투자액의 곱절 이상으로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저비용 고수익 전략은 집 현관문 페인팅을 다시 하고, 조명을 밝게 하고, 전문 청소업체를 고용해 집 안 전체에 광택을 내는 것. 집 내부가 깨끗해지면 그만큼 집이 넓어 보이고 집의 가치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체인지 라이프
생활 속에서 재테크를 실천하라

21. 귀찮은 내역까지도 데이터베이스화
‘퀵큰’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머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라. 소비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 상황, 내년도 예상 세금 등 당신이 알아야만 하는 일, 그러나 누군가 쉽게 가공해서 가져다주지 않으면 무척 따분하고 고된 일을 이 프로그램들이 대신해준다. 이 소프트웨어들의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아마존 등에서 7만~8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처음 설치할 때 2~3시간만 투자하면, 현재 당신의 돈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놀랄 정도로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22. 남는 방으로 돈벌이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가 남 이야기만은 아니다. 집에 여유 있는 방을 사업 공간으로 개조해라. 인터넷 접속비부터 심지어 하수 처리비까지 사업자 등록으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따른다. 물론 철저한 조사와 준비가 따라야 실효가 있다. 우선 집의 작업 공간을 오로지 일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절대 조건을 잘 준수해야 한다. 국세청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자세한 사항을 체크해보자.

23. 러닝화를 사라
10만원 남짓하는 러닝화를 구입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투자인지 알고 있는가? 달리기는 심장마비 등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혈압을 낮춰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운동보다 칼로리 소모도 높다. 1년에 몇십만 원 하는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과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다.

24. 카드 빚은 절대 지지 말 것
급하니까, 편리하니까, 금방 갚을 수 있겠지 하고 쉽게 사용하는 현금 서비스. 하지만 10%가 훨씬 넘는 수수료는 결코 눈 한 번 딱 감을 정도로 작지 않다. 바닥을 친 시중 은행 대출 금리와의 비교는 가슴만 아플 뿐.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약 20%의 수익을 얻는 것과 같다고.

25. 장기 계획을 세워라
인생은 장기 마라톤. 전문 코치와 함께 세운 계획과 전략 없이는 중도 하차하기 십상이다. 특히 파이낸셜 플래너와 함께 퇴직 후의 노후 생활과 자녀 교육에 관한 계획은 철저하게 세워놓아야 한다. 매년 정기 검진을 철저히 받는 것 또한 자산 관리의 일부라는 점을 명심해라.


투자 전략
경제와 재테크 전문가들을 활용하라

26. 배신하지 않는 대형 우량주
삼성, 포스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 우량 가치주는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 시장 가치 상승 잠재력이 높은 현대차 등의 종목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

27. 큰손을 따라라
특히 단타가 어려운 해외 투자를 하고 있다면 최대 가능 다수 종목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워런 버핏 등 유명 투자자와 움직임을 같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정보 입수가 국내 시장보다 어렵기 때문에 주식 시장 상황, 금리 변동 등에 누구보다 잘 대처하는 유명 투자자의 행보를 따르면 수고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28. 가치 투자
결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투자 방법은 회사의 적정 주가보다 주가가 현저히 낮게 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다. 저평가 종목을 찾기 위해선 성실한 조사와 정보 수집력이 요구된다. 요즘 인기리에 팔리는 펀드 상품들도 가치 투자를 기치로 내건 것들이 많으니 직접 투자의 수고를 피하고 싶다면 간접 가치 투자를 택하는 것도 방법.

29. 인생은 유한하다
변호사를 선임해 유언장 작성을 가능한 한 미리 해둬라. 재산 상속, 장기 기증 등의 제반 사후 처리 방법을 미리 정해둔다. 당신이 평생 살 것이 아니라면, 상세한 유언장이야말로 당신의 상속인들에게 수백만원의 비용과 세금을 절약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30. 리노베이션
집 안의 오래된 공간 중 특히 부엌 개조 공사를 제일 먼저 실행할 것. 집 안 전체 중 부엌 개조가 집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무려 80%에 달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공간이 새롭게 바뀜으로써 높아진 가족 간의 친밀감은 현금 가치로 환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모델링만으로도 일반 주택의 가치가 상승된다

by 비나이다 | 2008/01/10 12:43 | ㅈㅐㅌㅔ크 | 트랙백

꽂혔다면, 전화하는 게 남자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 그렉 버렌트가 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남성의 모호한 태도를 대할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여성들을 향해 거침없이 직언을 날리는 책이다.
가령 "지난 밤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럴듯한 데이트를 가졌던 그가 왜 내게 연락하지 않는 거죠"라고 묻는다면, 그렉 버렌트의 대답은 뻔하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것이니까."

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표현 하나. '방금 직장에서 해고당했거나 그의 스포츠카를 누가 훔쳐간 것이 아니라면, 남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연락을 해온다. 단, 당신에게 관심이 있을 때.
'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내게 묻곤 한다.
"왜 그가 연락을 하지 않는 걸까요?" 나라고 대답이 달라지겠는가? 그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을 뿐"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여성들이 "왜 그 남자가 연락하지 않는 걸까"라고 질문하게 되는 상황에는 늘 정해진 패턴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렇다.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곧 상대에게서 연락이 올 것 같아요. 며칠 전의 데이트가 흠잡을 것 하나 없이 훌륭했으니까요." 과연 그럴까? 데이트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순전히 그녀만의 착각이다.
맛있는 음식,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고, 첫 만남이 마무리 될 때쯤 남자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전화 드릴게요." 집으로 돌아오며 여자는 콧노래를 부른다. '완벽해, 완벽해!' 다음날, 아니 늦어도 그 다음날쯤에는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이틀, 일주일이 다 되어도 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다. 이쯤 되면 여자는 혼란에 빠진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거지? 그 날의 데이트는 완벽했어. 대화도 잘 풀렸고, 내 빛나는 유머 감각에 그는 계속 웃음을 보였고. 그렇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확실해. 회사에서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거나 몸이 심하게 아픈 걸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분명히 연락이 올 거야.'


안됐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오판이다. 앞서 그렉 버렌트는 충고 했었다. 직장에서 잘렸거나 새로 산 스포츠카가 도난 당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남자들이 데이트에서 대화에 동참하고 멋진 웃음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게 만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남자란 흥미 없는 이성 앞에서도 일단은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한다. 사랑을 느끼지 않는 이성과도 섹스를 꿈꾸는 수컷의 본능에서 유래된 특성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한 원맨쇼를 선보인 후, 앞에 앉았던 여성에 대한 판단은 전혀 별개의 수순으로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여자 친구로 삼기엔 별다른 매력이 없는 여자군. 그저 오늘의 데이트는 내 매력이 여전함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하자.'

두 번째 유형은 몇 번의 데이트 후에 계속 연락하고 지내지만 그게 전부일 뿐인 관계다.
겉보기엔 뭔가 시작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진도가 나가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전화가 걸려오고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갈 뿐이다. 남자가 "마음에 든다" 같은 고백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자는 기다린다. '그래 이 남자는 내성적인 성격일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곧 용기를 내서 대시를 해오겠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이건 '테트리스 콤플렉스'다. '긴 블록'이 나오기만 기다리다 보면 화면에 '게임 오버!' 뜨는 건 시간문제다.
남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어린아이와 같다. 절대로 아껴 두고 먹는 법이란 없다.
상대 여성이 마음에 들었다면 마치 누군가가 훔쳐갈까 두렵기라도 한 듯 최단시간 내에 승부를 보려 한다. 그렇다면 관심도 없으면서 전화는 왜 계속 하느냐고? 버리긴 아깝고 갖긴 미흡하니까.

남자는 생각한다. '지금 만나는 다른 여자가 없으니 전화 통화나 몇 번 하다가 기회 되면 '하룻밤의 사고' 정도로 마무리하자.'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대단히 재수 없지만, 진실이 결국 그대들을 자유롭게 하리라.

당신에게 조바심이 들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면, 이미 그와의 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정답이다. 아! 물론 그가 뒤늦게 이런 전화가 걸어온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글쎄 직장에서 잘리던 날 재수 없게 차까지 도난 당했지 뭡니까!"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yesterdaybefore@hanmail.net]

by 비나이다 | 2008/01/10 11:26 | ♡― 살며 사랑하며 ―♡ | 트랙백

울지마.. 절대 울지마...


내가 날 지켜 줄 테니...

by 비나이다 | 2007/12/09 20:21 | ♡―― Cartoon ――♡ | 트랙백

[열린세상] 책 안 읽는 사람 기업에도 쓸모없다.

가을이면 늘상 여러 군데에서 개최하던 독서 캠페인도 금년에는 눈에 잘 안 뜨인다.
각종 스캔들, 대선정국 등 소설보다 재미있는 일이 하도 많으니 독서한다고 캠페인 해봐야 헛수고이기 때문일까?

▲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작년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해 동안 책을 한권도 안 보았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4분의 1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당 독서시간은 3시간 정도로 세계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는 없지만 청년층의 독서량은 아마 더욱 한심할 정도일 것이다.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독서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인터넷 서핑이 늘어난 여가시간을 꿰차고 있다.‘먹고살기 힘든데’,‘취직시험 공부도 바쁜데’ 등 독서를 모면하고자 하는 변명은 100가지도 넘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취직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은 삶의 지혜를 준다.
현명하게 먹고사는 방법도 책 속에 있다.
책 읽을 시간에 인터넷 가십에 천박한 댓글 올린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동남아의 청년들도 우리보다 책을 더 가까이한다.
요즘 취업의 관건은 면접이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연상되는가.”하는 질문에 “물입니다.”하는 ‘물’ 같은 답을 하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면접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최소한 ‘팥빙수’는 나와야 되고 ‘지구온난화’까지도 나와야 된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 또 다양한 지식으로 연결된 이야기 구성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같은 능력들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지구온난화’를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취업 후에도 기획부서, 개발부서 등 핵심부서에서 쓰여지고 승진도 고속이다.

요즈음 CEO 등 기업 간부들의 독서량은 만만치 않다.
이미 이 시대의 기업경영은 ‘지식경영’이고 ‘창조경영’이기 때문에 간부가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빈곤하고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래서 그들은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으면 독서클럽 같은 데라도 가입하여 화제가 되는 저서의 요약설명이라도 듣는다.
이는 앞서가는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들이 못 미치는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이를 기업경영으로 연결시키려고 든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직원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도저히 찾아주지 못한다.
다양한 책을 보아 자기한테 축적된 지식의 조합을 통해서만 녹아나올 수 있다.
또 책을 찾지 못하는 변명 중의 하나로 “너무 책이 많아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또는 “습관이 안 돼 있어서 책장 넘기기가 힘들다.” 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다 서점에서 이책 저책 뒤적거리다 결국 들고 나오는 책은 ‘혁신의 길’,‘유능한 CEO가 되는 길’,‘재테크 이 책 한권으로’ 등과 같은, 처음엔 공감도 안 가고 재미도 없는 트렌드 서적들이기 쉽다.
한권으로 교양과 부를 사려는 욕심은 결국 독서를 생활에서 밀어내고 그 책은 서가에서 정물화가 된다.

만화도 좋고 추리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고, 재미있고 읽기 쉬운 책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기 TV드라마와 영화를 각색한 책도 좋다.
우선 책과 친해져야 하며 무엇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고 무엇을 상상할 때 가장 생각이 꼬리를 무는지 파악해 이런 분야에 맞는 책을 고르면 된다. 그리고 차차 독서의 레벨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한 1년만 책을 읽으면 언젠가 자기가 문득 상당한 지식의 소유자가 되고 자기 말에 책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취업준비자는 어떠한 면접에도 전방위적 대응이 되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기업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
※ 서울신문 발췌 - 기사일자 : 2007-11-20 30 면

by 비나이다 | 2007/11/20 16:19 | ♡― 생활의 지혜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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